'빅 픽쳐'의 작가,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신작
난 빅 픽쳐를 읽지 않았지만, 그 이야기는 주변에서 자주 들어왔기에 고민하지 않고 집어든 책, 모멘트 The moment.
동독과 서독이 서로 분리되어 있던 시절, 베를린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두 남녀, 토마스와 페트라.
일순간 사랑에 빠져 한 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헤어진채 살아가야 했던 두 남녀.
페트라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,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야, 깨달을 수 있었던 서로에 대한 사랑과 감정들.
미처 말할 수 없었던 상황과 오해들...
조용하지만 격동적으로 흘러가는 사랑이야기는 너무나도 먹먹하게 가슴을 울렸다.
두 사람의 이야기와 어쩔 수 없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페트라의 편지, 그리고 그 뒷 이야기까지..
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극대화되는 안타까움과 슬픔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.
토마스가 그 순간, 조금만 더 이성적이었더라면,
제발 말할 기회를 달라는 페트라에게 정말 단 한번이라도 기회를 주었다면,
이 이야기의 결말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.
과연 그 순간 페트라에게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토마스가 잘못한 것인가.
아니면, 이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체제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.
페트라의 변명을 들었다 한들 토마스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.
그 순간, 그래 그렇지, 페트라가 그럴 사람은 아니야, 라고 넘어갈 순 있었을지라도
그 이후 페트라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, 토마스는 페트라를 끝없이 의심하고 불안함 속에서 함께하는 삶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.
그렇다면 소설속의 진짜 결말처럼, 숨막히게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수도 없었을 것이다.
이 책은 이야기 한다.
모든 순간과 순간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만든다고.
비단 사랑뿐만이 아니다.
친구와, 가족과, 동료과의 관계에서도,
일생에 단 한번 스치는 사람과의 순간에서도,
나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는 일분일초, 그 순간에서도,
모든 나의 인생은 이 모든 찰나,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 간다.
그럼 나는 20년 30년 후, 후회하지 않을 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.
혹은 먼 미래 토마스가 페트라의 편지를 읽으며 슬픔과 후회에 가득찼던것처럼 바보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.
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.
페트라를 의심하게 된 그 순간, 토마스의 인간적인 실수와 감정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
안타까움과 감동을 줄 수 있다고.
소설은 이렇게 끝난다.
"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?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?"
자유로울 수 없다. 자유롭고 싶고, 또 가끔 혹은 자주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행동하지만,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.
자유로워도 되는 순간과 그렇지 않아야만 하는 순간,
그것을 구분해 낼줄 아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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